한계혁명과 신고전학파의 부상

economic thoughts
Author

Cheonghyo Cho

본 블로그 시리즈는 경제학 사상사에 대한 체계적인 탐구를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전반적인 글의 구성과 초안은 ChatGPT (GPT-4.5)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세부적인 표현과 내용 구성은 블로그 필자의 판단에 따라 수정 및 보완되었습니다.

경제학 사상사 (6): 한계혁명과 신고전학파의 부상

수학적 모델과 효용 중심 분석의 정착

19세기 후반, 경제학은 본격적인 과학적 분석을 향해 큰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이른바 한계혁명(Marginal Revolution)으로 불리는 이론적 혁신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신고전학파(Neoclassical Economics)가 등장하면서 경제학의 주류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계혁명의 등장 배경과 의미

1870년대는 기존의 고전학파 경제학(Classical Economics)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시기였다. 고전학파의 노동가치설이나 생산비 중심의 가치론은 현실의 시장 가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인간의 경제적 선택과 소비자의 주관적 가치 판단을 명확히 분석하지 못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한계혁명이었다. 한계혁명은 경제 현상을 개인의 심리적 동기와 효용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하고, 수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경제학의 분석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한계혁명의 핵심 개념과 원리

1. 한계효용(Marginal Utility) - 한계혁명의 핵심 개념인 한계효용은 소비자가 한 단위의 상품을 추가적으로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을 의미한다. - 경제적 가치는 상품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이나 비용이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주관적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2. 주관적 가치론(Subjective Theory of Value) - 가치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 개인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달라진다는 원리다. - 소비자의 개인적 선호, 심리적 만족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설명하여 이전의 노동가치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취했다.

3. 한계생산성 이론(Marginal Productivity Theory) - 생산요소(노동, 자본)의 가격은 그 요소가 생산에 추가적으로 기여하는 가치(한계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으로 발전했다. - 이는 신고전학파의 분배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한계혁명의 경제학자들

한계혁명은 1870년대 초반,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경제학의 근본적 전환이었다. 이를 이끈 대표적 학자와 그 외 관련된 주요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다.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William Stanley Jevons, 1835-1882)

영국의 경제학자 제본스는 한계혁명의 선구자로, 경제학에 수학적 분석 방법을 도입했다. 그의 대표 저서인 『정치경제학 이론』(1871)은 한계효용의 체감 법칙을 제시하여 경제학을 주관적 효용 중심으로 전환시켰으며, 수학적 경제학의 기반을 다졌다.

  • 최초로 경제학에 수학적 방법론(미적분)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수학적 경제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 한계효용 체감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을 명확하게 제시하여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효용의 한계적 변화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칼 멩거(Carl Menger, 1840-1921)

오스트리아 출신의 멩거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창시자로, 주관적 가치론을 경제학에 최초로 체계적으로 도입하였다. 대표 저서 『경제학 원리』(1871)를 통해 상품 가치가 개인의 주관적 효용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는 이후 현대 시장경제 이론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 주관적 가치론(Subjective Theory of Value)을 강조하며 상품의 가치가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 한계효용 개념을 구체화하며, 상품의 교환 가치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효용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오스트리아 학파 창시자로, 경제 현상을 개인 행동과 시장과정의 맥락에서 분석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레옹 발라스 (Léon Walras, 1834-1910)

프랑스 출신 발라스는 현대 경제학에서 필수적인 일반균형이론을 정립한 경제학자이다. 그의 주요 저서 『순수경제학 요론』(1874)은 시장 내 모든 재화가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수학적으로 엄밀히 분석했으며, 현대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기초를 놓았다.

  • 일반균형이론(General Equilibrium Theory)의 창시자로, 경제 내 모든 시장이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였다.

  •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을 연립방정식으로 표현하는 체계를 만들어 시장의 일반적 균형을 최초로 엄밀하게 수리적으로 정립하였다.

신고전학파의 부상과 정착

한계혁명의 이론적 성과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신고전학파(Neoclassical Economics)로 이어지며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신고전학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수학적 방법론의 본격적 도입 - 경제학 분석에 미적분, 최적화 이론 등 수학적 방법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엄밀한 경제 모형을 구축하였다.

2. 효용 극대화와 합리적 선택 - 신고전학파는 소비자와 기업이 각각 효용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존재로 가정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작동 원리를 분석했다.

3. 시장 균형의 강조 - 신고전학파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룬다고 보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정교하게 분석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

신고전학파(Neoclassical economics)의 경제학자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활동한 이들로, 한계효용 이론, 균형 분석, 수학적 모델링, 합리적 선택 이론 등을 발전시킨 사람들이 포함된다. 다만, 한계혁명의 경제학자들 또한 신고전학파의 기초를 세운 경제학자들이다.

프랜시스 엣지워스(Francis Ysidro Edgeworth, 1845-1926)

엣지워스는 영국의 경제학자로, 경제학에 통계적 방법과 수학적 모델을 적극 도입했다. 대표 저서 『수리 정신에 의한 윤리학과 경제학』(1881)에서 교환 및 거래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엣지워스 박스’를 고안했으며, 후생경제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 경제학 분석에 미적분 및 통계적 접근을 적극 활용하여, 경제학을 더욱 엄밀하게 만들었다.

  • 엣지워스 박스(Edgeworth Box) 개념을 고안하여 거래와 교환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였다.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 1842-1924)

영국의 경제학자인 마셜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완성자로 평가받는다. 주요 저서 『경제학 원리』(1890)에서 수요-공급 곡선과 가격 탄력성 개념을 제시하여 현대 미시경제학의 분석 틀을 구축했고, 경제학의 과학적 발전을 이끌었다.

  • 수요와 공급 곡선을 활용하여 가격 결정 원리를 명확하게 정립하였다.

  • 탄력성(Elasticity)의 개념을 도입하여 수요 공급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히 분석했다.

  • 단기와 장기를 구분하는 분석법을 도입하여 경제 현상을 보다 현실적으로 분석했다.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레토는 경제학에서 효율성과 최적화를 명료하게 개념화했다. 그의 대표 저서 『정치경제학 개론』(1906)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파레토 최적’ 개념과 무차별곡선 분석을 정립하여 현대 후생경제학의 초석을 마련했다.

  •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 개념을 제시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하였다.

  • 경제학에 무차별곡선(indifference curve) 분석법을 발전시켜, 소비자의 선호와 선택 이론을 정립하였다.

오이겐 폰 뵘바베르크(Eugen von Böhm-Bawerk, 1851-1914)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인 뵘바베르크는 자본과 이자 이론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주요 저서인 『자본과 이자』(1884~1889)를 통해 시간 선호 개념을 도입, 자본의 가치와 이자율 결정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현대 거시경제학 및 금융이론 발전에 기여했다.

  • 한계효용 이론을 자본이자 이론에 적용하여 자본의 가치와 이자율 결정 메커니즘을 설명하였다.

  • 시간 선호(time preference) 이론을 통해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의 교환 가치를 분석하였다.

프리드리히 폰 비저(Friedrich von Wieser, 1851-1926)

비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로, ‘기회비용’ 개념을 발전시키고 정립했다. 그의 대표 저서 『자연가치론』(1889)에서 경제적 선택 과정에서의 대체 가능한 비용 개념을 최초로 명확히 제시했으며, 현대 경제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인 기회비용 이론의 기반을 닦았다.

  •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개념을 발전시키고 정립한 인물로, 모든 경제적 선택에 대체 가능한 비용 개념을 명확하게 도입하였다.

  • 경제적 가치가 희소성과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는 개념을 강조하였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비판과 한계

신고전학파 경제학(Neoclassical Economics)은 19세기 후반 한계혁명을 기점으로 정립되어, 오늘날까지 주류 경제학의 중심적인 이론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이론, 생산이론, 일반균형, 효율성 개념 등은 실로 경제학의 언어와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체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적·현실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비판과 한계가 제기되어 왔다.

비현실적인 가정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여러 핵심 이론에서 비현실적인 전제들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가정이 문제시된다.

  • 완전한 정보: 경제 주체는 시장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완전경쟁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유롭게 조정되며, 진입·퇴출 장벽이 없다고 가정한다.

  • 합리적 행위자: 모든 경제 주체는 효용(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본다.

이러한 가정들은 이론적 정합성을 위해 필수적인 측면도 있으나, 실제 경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특히 금융위기, 정보 비대칭, 행동경제학의 발전 등은 이러한 전제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의 동태성 간과

신고전학파는 경제를 정태적 균형 분석을 통해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외생적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시장은 자동적으로 균형을 회복한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불균형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로 인해 실업, 금융위기, 경기침체와 같은 동태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점은 특히 케인스 이후 거시경제학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소득 분배와 권력 관계의 무시

신고전학파 이론은 효율성(efficiency)*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공정성(equity)이나 소득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파레토 효율 개념은 배분의 공정성과는 무관하게 “누군가의 효용을 증가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효용을 줄일 수 없다”는 조건만을 강조한다.

또한, 시장의 결과가 자원의 희소성과 개인의 생산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는 시각은, 제도적 불균형, 시장 지배력, 정치적 권력의 영향을 간과하게 만든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경제적 자연 현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수학적 형식주의와 현실과의 괴리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 수학적 모델과 공식화된 체계를 중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분석의 엄밀성을 높이지만, 모델이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 실제 경제 현상은 다변량적이고 비선형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 신고전학파 모델은 종종 너무 제한된 변수와 가정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수학적 우아함’에 대한 집착은 경제학이 현실을 이해하는 학문이기보다는 수학적 연습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증성과 정책 연계의 부족이 지적된다.

행동경제학과의 충돌

최근의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 제한된 인지능력, 감정과 편향의 영향을 이론화하면서, 전통적인 신고전학파의 가정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람들은 항상 최적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맥락과 제도, 심리적 요인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신고전학파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행위자를 가정함으로써 현실의 경제 주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