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주의와 거시경제학의 탄생

economic thoughts
Author

Cheonghyo Cho

본 블로그 시리즈는 경제학 사상사에 대한 체계적인 탐구를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전반적인 글의 구성과 초안은 ChatGPT (GPT-4.5)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세부적인 표현과 내용 구성은 블로그 필자의 판단에 따라 수정 및 보완되었습니다.

경제학 사상사 (7): 케인스주의와 거시경제학의 탄생

대공황 이후 국가 개입의 정당성과 이론적 토대

케인스주의(Keynesianism)는 20세기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사상은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극단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태어나, 경제학의 중심을 미시적 분석에서 거시경제적 관리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케인스주의 등장 이전의 상황: 고전적 경제학의 한계

1929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세계 경제를 전례 없는 장기불황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주류였던 고전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믿었으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실업률은 폭증했고 생산과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었지만, 시장은 자율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전적 경제학의 “자율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믿음은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이다. 케인스는 1936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전통적인 경제학의 기본가정에 도전했다.

케인스는 경제가 항상 완전고용 상태로 복귀하는 자동조정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시장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인스의 저서

1. 『화폐개혁론』(A Tract on Monetary Reform, 1923)

  • 케인스는 이 책에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문제점을 분석하며, 안정적인 화폐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는 유명한 문장을 통해 경제학이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함을 주장했다.

2. 『화폐론』(A Treatise on Money, 1930)

  • 이 책은 경제적 순환과 화폐 공급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 케인스는 경제의 순환적 변동과 통화량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저작은 여전히 전통적 경제학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 다만 이 책은 그의 후기 이론, 즉 유효수요 개념과 불균형 이론으로 가는 중간 단계의 성격을 띠고 있다.

3.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1936)

  • 케인스의 가장 중요한 저서로, 기존 고전 경제학의 전통적 틀을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 완전고용 상태의 자동 달성 가능성을 부정하고, 실업이 지속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 경제학 연구의 중심을 개별 시장(미시경제)에서 경제 전체의 균형(거시경제)으로 전환했다.
  • 이 책은 이후 거시경제학을 탄생시키며, 경제학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케인스 이론의 핵심 개념들

1. 유효수요(Effective Demand)

  • 케인스 경제학의 핵심으로, 경제 전체의 생산과 고용 수준은 소비와 투자로 구성된 총수요(유효수요)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 수요가 부족하면 경제는 실업과 불황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수요 창출(재정정책)이 필수적이다.

2.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 승수효과란 정부의 지출 확대가 초기 투입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 예컨대 정부가 공공사업에 1조 원을 투자하면, 이 돈을 받은 기업과 노동자의 소비가 연쇄적으로 늘어나 실제 경제에는 그 이상의 생산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

3. 유동성 선호 이론(Liquidity Preference Theory)

  • 케인스는 사람들이 불확실성 하에서 현금 보유를 선호한다고 봤다.
  • 경제 불안정이 클수록 사람들은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쌓아두려고 하며, 이로 인해 이자율이 낮아져도 투자와 소비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 상황(유동성 함정, liquidity trap)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 케인스의 소비 이론

  • 케인스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도 증가하지만, 소득 증가분만큼 소비가 모두 증가하지 않고 일부는 저축된다고 봤다.
  •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소비가 전체 수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소득이 늘어나도 저축 성향 증가로 인해 수요 부족이 일어날 가능성을 강조했다.

5. 투자와 기대심리(Animal Spirits)

  • 케인스는 투자의 결정요인이 단지 이자율뿐만 아니라 기업가들의 기대와 심리(Animal Spirits)에 의해 강력히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 기업가들의 기대가 불안정하거나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투자 위축과 경기침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케인스주의와 정부 개입의 정당성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정당화했다. 즉, 경제가 불황일 때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공공지출 확대, 감세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New Deal)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정부 개입에 대한 케인스의 주장은 이후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전후 복지국가 모델의 형성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며,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케인스주의를 심화시킨 주요 학자들

케인스주의 경제학은 케인스 개인의 이론을 넘어 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심화한 여러 학자들과 개념들이 있다. 이들은 현대적 거시경제학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다음은 케인스주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학자와 개념들이다.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1915~2009)

  • 케인스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리하여 현대 경제학 교과서의 모델을 제시했다.

  • 승수효과, IS-LM 모형을 통해 케인스 경제학을 학문적·정책적으로 대중화시켰다.

  • 저서: 『경제학(Economics)』(1948) – 최초의 현대적 경제학 교과서

존 힉스(John Hicks, 1904~1989)

  • 케인스의 이론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IS-LM 모형을 최초로 개발했다.

  • IS-LM 모형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틀로 자리잡았다.

  • 저서: 『가치와 자본(Value and Capital)』(1939)

제임스 토빈(James Tobin, 1918~2002)

  • 케인스의 투자 이론을 발전시키고 자산 시장과 화폐 시장의 통합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 ‘토빈의 q(Tobin’s q)’ 이론: 기업의 시장가치와 자산의 대체 비용을 비교하여 투자 결정을 설명했다.

  • 저서: 『화폐, 신용, 자본(Money, Credit and Capital)』(1997)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1924~)

  • 케인스의 수요 중심 접근을 장기 경제성장 이론으로 발전시킨 신케인스주의 학자다.

  • 경제성장모형(솔로 모형)을 통해 자본 축적, 기술 진보가 경제 성장의 핵심임을 제시했다.

  • 저서: 『경제성장이론(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1956)

니컬러스 칼도어(Nicholas Kaldor, 1908~1986)

  • 분배이론과 경제성장을 연결하여, 케인스주의 전통 내에서 소득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칼도어의 성장법칙(Kaldor’s Growth Laws)을 제안하여 수요와 공급의 동태적 균형 관계를 분석했다.

  • 저서: 『경제성장과 분배이론(Essays on Economic Stability and Growth)』(1960)

케인스주의의 추가 개념들

1. IS-LM 모형 (Investment-Saving, Liquidity preference-Money supply)

  • 존 힉스가 고안하고 폴 새뮤얼슨이 발전시킨 거시경제 모형이다.

  • 재정정책(정부 지출 및 조세)과 통화정책(화폐공급 및 이자율)의 균형을 통해 경기 변동을 분석한다.

  • 20세기 중반 이후 거시경제학의 표준 모형으로 자리잡았다.

2.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William Phillips)가 발견하고 새뮤얼슨과 솔로가 확장한 개념이다.

  •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역(逆)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케인스적 통찰에서 출발했다.

  • 이는 케인스주의적 정부 정책의 중심 논리로 자리잡았으나, 1970년대 이후 그 한계가 드러났다.

3.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 케인스가 제시하고 후대 학자들이 확장한 개념으로, 이자율이 매우 낮을 때 통화정책의 효력이 상실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 통화량을 증가시켜도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현금 보유만 늘어나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케인스주의의 한계와 비판

케인스주의는 20세기 경제사상과 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그 한계와 비판점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비판과 한계는 특히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고, 이는 경제학의 발전을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계와 비판의 배경

케인스주의의 경제정책은 대체로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서구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경제 현실이 변화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 경기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의 동시 발생
  • 지나친 정부개입의 비효율성과 부작용
  •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적 지속가능성 문제

주요 논점

스태그플레이션 현상과 필립스 곡선의 붕괴

  •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간 역의 관계를 설명하며, 케인스주의 정책(재정 확장)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했다.

  •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석유위기 이후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필립스 곡선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 밀턴 프리드먼과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Phelps)는 장기적으로 필립스 곡선이 수직적이라고 주장하며, 재정정책으로 장기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개입의 비효율성과 관료주의의 문제

  • 케인스주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재정지출 확대, 공공투자 등)을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비효율성과 낭비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 정부가 시장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적 시차(policy lag)가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책이 경기변동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재정적자의 지속성 문제와 국가부채 급증

  • 케인스주의 정책은 경제위기 때 적극적인 정부지출(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할 것을 권장했다.

  • 그러나 이로 인해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국가부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커졌다.

통화정책의 무력화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 케인스가 강조한 유동성 함정은 경제가 심각한 불황일 때 이자율 인하나 통화공급 확대와 같은 통화정책이 효과를 잃어버리는 현상이다.

  • 유동성 함정 상태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통화를 늘려도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단지 현금 보유만 늘어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케인스주의의 일부 정책 수단이 무력화된다는 비판이 있다.

합리적 기대 가설(Rational Expectations)의 등장

  • 1970년대 이후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합리적 기대 가설을 제기하면서 정부 정책의 효용성에 대해 근본적 비판을 제기했다.

  •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행동을 수정하기 때문에, 케인스주의의 정부개입 정책(특히 통화팽창적 정책)의 효과가 단기적으로도 감소하거나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비판을 계기로 경제학의 흐름은 케인스주의 중심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접근으로 이동하였다.

  • 통화주의(Monetarism): 화폐 공급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중시했다.

  • 신고전학파(합리적 기대 모형): 합리적 기대를 통해 경제주체의 예측과 반응을 강조하며 정부 개입의 효과를 축소 평가했다.

  • 공급측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감세와 규제 완화)을 강조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케인스주의의 논리가 다시금 주목받으며, 정부 개입의 유효성과 한계를 균형 있게 접근하려는 신케인스학파가 다시 등장했다.